적은 우리 안에 있었다 - 영화 <밀정> 리뷰

영화 <밀정>

 

 

영화의 배경

 영화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실제 사건인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소재로, 독립군 측과 일본 측이 각각 숨어져 있는 밀정을 따돌리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펼치는 사투를 그려냈습니다. 황옥 경부 폭탄사건은 당시 일제 경찰이었던 황옥이 의열단원들과 협조하여 서울로 폭탄과 총을 밀반입하려다 의열단 내부 밀정의 밀고로 체포된 사건입니다. 역사학계에서는 황옥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인지 독립투사였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영화 속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반대로 당시 독립투사를 둘러싼 암울한 현실과 일제의 회유에 많은 독립투사들도 동지들을 배반하고 밀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밀정들이야 말로 일본군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됩니다.  

 

 

줄거리 및 리뷰

 독립투사인 김장옥(박희순)과 주동성은 군자금을 모으기 위해 김황섭을 만나지만 김황섭은 그들을 배신하고 함정에 빠트립니다. 두 사람은 힘겹게 탈출을 시도하지만 끈질긴 추격전 끝에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고, 감장옥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리고 주동성은 총에 맞아떨어진 김장옥의 발가락을 챙기고 경무국으로 잡혀가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경무국은 주동성을 아무런 조건 없이 풀어줍니다. 주동성은 다시 의열단의 아지트로 돌아가 상황을 설명하지만 조회령(신성록)과 김우진(공유)은 그를 밀정으로 의심하고 의열단에서 퇴출시켜 버립니다. 이 일로 주동성은 의열단에 앙심을 품게 됩니다. 

 김장옥을 죽이는데 큰 공을 세운 이정출은 히가시 부장으로부터 새로운 지시를 받습니다. 바로 하시모토(엄태구)와 함께 김우진에게 접근해 의열단을 완전히 소탕하라는 것입니다. 이정출은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김우진을 찾아가 친분을 쌓아갑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자신의 밀정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숨기고 태연한 척 연기하며 서로 기회만 노립니다. 하지만 하시모토가 이정출의 정보를 가로채고 그 과정에서 의열단의 밀정이 의열단의 정보가 노출된 것을 알립니다. 그렇게 김우진, 연계순(한지민)을 포함한 의열단 단원들은 가까스로 경성을 탈출하여 상해로 떠납니다.

 하시모토의 단독행동으로 인해 의열단을 놓친 이정출은 분노하지만 히가시 부장은 정채산(이병헌)이 상해로 잠입한 사실을 알리며 이번엔 두 사람을 상해로 보냅니다. 이정출은 김우진에게 편지를 보내 본인이 상해로 간다는 것을 알리고, 정태산과 김우진은 이정출을 자신들의 밀정으로 만들고자 결심합니다. 이정출이 상해에 도착하고, 김우진은 목숨을 걸고 이정출에게 정채산을 소개합니다. 정채산과 김우진은 함께 술을 마시고 낚시를 하며 이정출을 회유하고, 이정출은 자신의 생각이 변할 수도 있다며 맞섭니다. 이에 정채산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역사 위에 올려야 할 때가 온다고, 어느 역사 위에 올릴지 선택하라 합니다. 이정출은 의열단원들이 경성에 폭탄을 운반하는 것을 도와줄 것을 약속하고 의열단의 밀정이 됩니다.

 이정출과 따로 활동하는 하시모토는 경무국 측 밀정을 통해 의열단이 배가 아닌 기차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렇게 의열단원과 경무국 인원들이 함께 기차에 탑승하게 되고, 이정출은 몰래 김우진을 만나 의열단 내부에 밀정이 있음을 알립니다. 김우진은 의열단 내부 밀정을 찾기 위해 의열단원들에게 각자 다른 접선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고 덫을 놓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접선장소를 들은 의열단 밀정은 바로 경무국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되고, 이정출은 또다시 이 정보를 김우진에게 전달합니다. 그렇게 조회령이 경무국 측 밀정인 것이 밝혀지지만 그때 모든 것을 눈치챈 하시모토가 나타납니다. 

 이정출과 김우진은 격렬한 전투 끝에 하시모토를 쓰러뜨리고, 김우진은 조회령을 찾아가 왜 배신한 것인지 묻습니다. 그리고 조회령은 자신은 배신을 한 것이 아니라 작심을 한 것이라 하며, 어차피 실패할 운명인 독립운동에서 동지들을 구하기 위해 그랬다며 변명합니다. 그러나 변명은 통하지 않았고 의열단의 이름으로 적의 밀정을 처단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의열단원들은 무사히 경성에 도착하지만 경성에는 이미 일본 경찰들이 포위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연계순이 일본 경찰에 잡히게 되고 모진 고문을 당하지만 동지들의 행방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이정출은 김우진을 찾기 위해 주동성을 찾아가지만 주동성은 이미 일본 측 밀정이 되어 그에게 거짓 정보를 흘립니다. 주동성의 함정에 빠진 이정출과 김우진은 결국 잡히고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에서 다른 의열단원들과 달리 이정출은 끝까지 자신이 의열단원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석방됩니다. 이는 사실 김우진이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한 명은 살려보네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정출과 남은 의열단원들은 밀정 주동성을 척살하고 일본 구락부에 폭탄을 터트려 히가시 부장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살해합니다. 교도관을 통해 테러가 성곡 했음을 들은 김우진은 웃음을 지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당신은 어느 역사에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사실, 경무국 경부였던 이정출이 갑자기 변심하여 의열단을 돕는다는 설정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감독도 이를 잘 알았기에 이정출 역을 맡은 송강호 배우와 정채산 역의 이병헌 배우의 연기력을 이용해 이 부분을 메꿔 냈습니다. 사실 당대의 시대상으로는 조회령이나 주동성이 의열단을 배신하고 일본에 붙은 것이 오히려 설명이 부족했지만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든 영화 밀정은 단순히 독립운동이 아닌 독립투사들의 내면과 심리를 그리려 노력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바로 OST입니다.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이나 라벨의 볼레로 같은 명곡이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켰습니다. 볼레로는 이 영화를 통해 푹 빠져 한동안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