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
영화는 안동김 씨의 세도정치로 인해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한 1862년(철종 13년) 발생한 진주농민봉기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19세기 조선은 그야말로 썩을 대로 썩은 관리들로 인해 백성들은 수탈당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갑니다. 특히 삼정의 문란이라고 불리는 조세 제도의 병패가 심했으며 진주 농민 봉기도 이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당시 진주 목사는 온갖 이름으로 세금을 징수했고 이에 분노한 농민들이 세력을 모아 진주 성을 점령했습니다. 조선 조정에서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안핵사를 파견하고 관리들의 횡포를 확인한 후 문책하였지만 민란의 주도자 또한 처형하며 민심을 잃게 됩니다. 이 봉기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났으며 이를 임술 농민 봉기라 칭합니다. 이후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동학 농민 운동에도 큰 영향을 준 사건입니다.
줄거리 및 리뷰
조선 말기 모든 지방이 자연재해와 탐관오리의 횡포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전국 각지의 농민들은 봉기를 일으키고 여러 군도가 생깁니다. 특히 지리산의 추설이라는 무리는 나주 관아를 습격하여 식량을 털어 백성들에게 나눠줍니다. 이 과정에서 전라도 관찰사 출신의 탐관오리 조원숙 대감의 아들이 죽게 되고, 배다른 동생의 죽음으로 집안의 남자가 없었기에 조윤(강동원)은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조윤은 조원숙 대감이 기생에게서 낳은 아이로, 정실부인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나자 집안에서 거의 버림받게 됩니다. 어린 마음에 갓 태어난 동생을 죽이려고 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이를 본처인 최 씨 부인에게 들켜 죗값으로 조윤의 어머니가 죽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무술에 출중하여 19세 나이에 무과에 급재하는 등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조윤은 백정인 돌무치(하정우)를 불러 동생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여인을 죽이라 명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돌무치는 그 여인을 죽이지 못하고 여인도 도망치고 맙니다. 조윤은 임무에 실패한 돌무치의 집에 불을 지르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불태워 죽입니다. 돌무치는 조윤을 찾아가 복수하려 하지만 조윤의 실력을 당해낼 수가 없었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추설 패거리가 나타나 돌무치를 구해줍니다.
돌무치는 복수를 위해 추설에서 새로운 이름인 도치(하정우)로 다시 태어나기로 하고, 실력을 갈고닦아 추설의 행동대장이 됩니다. 한편 조윤은 아버지 조원숙 대감의 재산을 물려받아 힘없는 농민들을 속여 그들의 땅을 빼앗아 더욱더 큰 부를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소문이 추설에게까지 들리게 되었고, 그들은 조윤의 집을 털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병사로 위장한 추설의 인원들이 조윤을 집 밖으로 유인하고 그 틈을 타 조윤을 포위하지만 조윤의 실력을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다수의 인원이 조윤에게 목숨을 잃었고 도치를 구하기 위해 추설의 리더인 대호(이성민)가 조윤에게 죽고 대호를 구하러 온 땡추 스님(이경영)까지 조윤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조윤은 추설 일당의 본거지를 알아내고자 땡추 스님을 고문하지만 땡추 스님은 입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윤은 생각보다 잔인한 인물입니다. 본거지를 말할 때까지 백성들을 하나씩 죽여 나갑니다. 이를 보다 못한 땡추 스님은 결국 추설의 본거지를 발설하고, 조윤은 병사들을 보내 그들을 토벌합니다.
추설의 본거지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죽거나 잡혔고, 조윤은 어린아이라도 예외 없이 잡힌 이들을 모든 백성이 보는 앞에서 교수형에 처합니다. 다행이 태기(조진웅)와 도치는 토벌에서 살아남았고, 일반 백성들과 힘을 합쳐 잡혀간 추설 일당들을 구해낸 후 조윤의 집으로 쳐들어 갑니다. 조윤은 결국 태어나버린 자신의 이복동생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를 품에 안고 홀로 추설 패거리를 상대합니다. 조윤은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본 자가 있거든 나서 보라" 합니다. 그동안 타고난 운명인 백성이라는 것을 짊어지고 살기만 한 백성들은 주저하지만, 타고난 운명인 백정을 벗어나 추설의 행동대장이 된 도치가 나서기 시작합니다. 도치는 쌍칼을 휘두르며 조윤을 상대하고 자신이 오랫동안 수련해 온 대나무 밭으로 조윤을 유인합니다. 대나무 숲이라는 불리한 장소에서도 조윤은 도치와 팽팽히 맞섰지만, 자신의 조카를 지키려다 결국 목에 심각한 상처를 입습니다. 하지만 조윤은 또다시 반격하려 하고, 그때 이름 없는 백성들이 뒤에서 조윤을 찌르며 조윤은 죽게 됩니다. 조윤의 죽음 이후 도치와 백성들은 또 다른 군도가 되며 영화는 끝마칩니다.
어떻게 권력에 대항해야 하는가
<군도:민란의시대>를 연출한 윤종빈감독과 배우 하정우의 인연은 군도뿐 아니라 감독의 졸업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가장 최근의 수리남까지 이어집니다. 역시나 믿고 보는 감독, 믿고 보는 배우들이 만들어 낸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마무리에서 조윤이 도치에게 죽는 것이 아닌 이름 없는 백성들의 손에 의해 죽는 것도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조윤은 당대 조선의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에게 올곧고 정의로운 추설의 리더 대호가 힘없이 당합니다. 도치 또한 가족을 잃은 분노와 원한으로 조윤에게 맞섰기 때문에 그와의 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국 힘없는 백성들이 용기를 내 조윤을 죽인다는 결말을 그림으로써,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고 연합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부 액션 같은 화려한 볼거리, 강동원, 하정우 배우의 매력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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