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외환위기와 그 징조
1980년대 한국은 역사상 최고의 경제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TV, 자동차, 화장품 등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여 해외로 수출하며 큰돈을 벌었고, 기업들은 사업의 몸집을 불리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공산 국가들의 개방으로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며 상대적으로 임금이 비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점차 줄어들었고, 기업들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의 고정환율제와 고금리로 인해 기업들은 엄청난 금액의 달러를 해외에서 대출하여 투자했지만, 계속해서 무역 적자를 보며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결국 1996년 한국은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 위기의 여파로 국내 대기업들도 하나 둘 무너지게 됩니다. 한보그룹과 삼미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기아자동차까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는 나라에서 보유하던 모든 외화를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1997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비극이 시작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 당시 이를 막으려 노력한 사람들과 이를 기회로 삼아 큰 부자가 된 사람들, 그리고 IMF의 여파로 삶이 파탄난 많은 이들의 삶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줄거리 및 리뷰
1990년대 후반, 주인공 윤정학(유아인)은 한 종합금융사에서 투자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라디오에서는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있다는 사연이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윤정학은 외환 부족으로 인한 국가 부도를 예견하고 퇴사 후 자신과 함께 할 동료들을 모집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모든 돈을 달러로 바꾸고 환율 풋옵션 상품을 만들고 환율이 오르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사람이 환율의 움직임을 보고 국가의 부도의 위기를 예측합니다. 바록 한국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한시현(김혜수) 팀장입니다. 그녀는 상부에 외환 위기 가능성을 알리지만 정부의 경제 부처는 이 위기를 컨트롤할 능력이 없습니다. 시현은 국가 부도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사력을 다해 대비책을 세웁니다.
한편 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갑수(허준호)에게 대형 백화점인 미도파 백화점에서 납품계약 제안이 들어옵니다. 비록 어음 결재였지만 대기업이 어음 결제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 그는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엄청난 돈을 대출합니다. 사실 시현의 보고서로 한국은행과 정부는 위기를 인지했지만 책임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국민들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갑수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욱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시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국가 위기 상황을 알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위관직자들은 이 사실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알리며 그들만의 카르텔을 더 공고히합니다. 결국, 환율은 폭등하고 갑수의 회사와 계약한 미도파 백화점이 부도가 납니다. 상황은 점차 심각해져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정부에서는 그제야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한시현 팀장은 IMF 구제금융 신청 시 대기업 대신 일반 국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예상하고 반대하지만 대안이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갑수와 같은 일반 국민들의 사정은 더욱 더 힘들어집니다. 평소 직원들을 끔찍이 아끼던 갑수와 친구는 직원들의 월급을 위해 집까지 팔아 버티고 있지만 더 이상 여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외환위기가 전부 국민들의 사치 탓인것처럼 포장하여 뉴스를 내보내고, 끝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합니다. IMF는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외국인과 대기업들에 유리한 시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란 목적으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을 양산하도록 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도록 합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끝나고, 완전히 늙어버린 갑수가 자신의 공장 직원들에게 욕을 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가?
영화는 우리에게 정부의 고위 관직자와 대기업 등 사회 특권층이 국가의 위기를 만들어 놓고 이 책임을 모두 국민들에게 떠넘겨 버렸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한국 경제를 책임지던 중산층이 소멸했고 엄청난 빈부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영화 속 조우진 배우의 말처럼 국가 경제의 체질 자체가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 수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앞으로 또 IMF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실력과 경제적 체력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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