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신의 경지에 오른 연기력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어떻게 보면 주인공 이병헌을 위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영화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 영화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평가합니다. 특유의 눈빛 연기는 여전했고 극한에 다다른 감정을 표현하고자 핏줄까지 연기했으며, 그 감정의 수위를 너무나도 잘 조절하며 일반적인 차분한 모습과의 위화감도 없었습니다.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등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많은 배우들 속에서도 단연 그 존재감이 돋보였습니다.
10.26 사건의 배경
1972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의 중앙정보부 안전가옥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와 그 부하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한 6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10.26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살해당하는 사건이었고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추측성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차지철을 인격을 모독하는 언행과 그를 편애하는 박정희에 대해 감정이 상했다는 추측도 있고, 박정희와 사이가 좋지 않던 미국이 개입했다는 루머도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김재규가 재판에서 밝힌 살해 동기입니다. 그는 "사자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라고 말했는데, 부마항쟁 등으로 국민적 민주화 요구가 있었고 이로 인해 박정희 정권의 위기가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일으켰다 말합니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죽거나 사형당했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후대에 남은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줄거리 및 리뷰
한국의 전 중앙정보부장 박영각(곽도원)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박정희 정권의 비리를 고발합니다. 이로 인해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은 박통(이성민)의 명령을 받고 친구였던 박영각을 설득해 겨우 사건을 무마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 사건으로 굳건했던 김규평과 박통의 신뢰에 조금씩 금이 갑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CIA가 박통의 집무실을 도청한 사실이 밝혀지며,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또다시 책임을 추궁당합니다. 또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박영각의 비밀문서를 몰래 빼돌려 노출한 탓에 김규평의 입지는 매우 위태로워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통은 김규평에게 박영각의 살해를 지시하고, 김규평은 친구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죄책감에 휩싸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박통과 곽상천이 부마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공수부대를 투입한다는 것입니다. 김규평은 선을 넘는 박통과 곽상천을 감시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지만, 도청 장치를 통해 박통이 자신을 완전히 버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김규평은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며 박통과 완전히 대립하며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김규평은 박통과 곽상천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안가에서 마지막 만찬을 시작합니다. 김규평은 박통에게 정신을 차리라며 하야를 요구합니다. 끝내 박통은 요구를 듣지 않고 김규평은 준비한 총으로 박통과 곽상천을 쏘고 뒤처리를 한 뒤 육군본부로 향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실제 사건과 영화의 다른 점
영화는 실제 사건인 10.26을 모티브로 픽션을 가미한 작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 온 주제이기도 하고, 당사자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거나 그 후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가명을 사용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실제 사건과 연관을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많은 부분들이 현실과 다른데, 특히 영화에서 김재규는 마치 박정희와 함께 5.16을 일으킨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현실에서는 당시 주요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또 김재규와 박정희의 관계는 영화상 보다 현실에서 훨씬 가까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왜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설명하기 위해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아직까지 현실에서도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10.26 사건을 재해석한 작품 <남산의 부장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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